전기차 세제 개편 논란…
K-배터리, 생존과 도약의 기로에 서다

미국 공화당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련 세제 혜택의 조기 종료를 추진하며, 국내 배터리 업계가 새로운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IRA는 그동안 한국 배터리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뒷받침해온 제도적 기반이었다. 그러나 공화당이 이 혜택의 종료 시점을 앞당기고, 중국 배터리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새로운 법안 초안을 내놓으며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떠오르고 있다.
IRA 개정안, 조기 종료설에 K-배터리 ‘긴장’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 공화당 의원들은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의 종료 시점을 기존 2032년 말에서 2026년 말로 앞당기는 세제 개정안을 공개했다.
이 안은 2026년 과세연도에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해당 제조사가 20만 대 이상 미국에서 전기차를 판매한 이력이 있다면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항을 담았다. 이는 사실상 세액공제가 올해 안에 종료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함께 국내 배터리 기업이 실질적인 수익 방어 수단으로 삼아온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제도도 변경된다. 원래 2033년부터 단계적 폐지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개정안에서는 이 시점을 2031년 말로 앞당겼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AMPC 혜택으로 4577억 원을 받지 않았다면, 2025년 1분기 실제 영업손익은 830억 원 적자였다는 점에서 이 제도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삼성SDI와 SK온 역시 각각 1094억 원, 1708억 원의 AMPC 지원금으로 손실 폭을 줄였다.
중국 배터리 견제 조항, K-배터리에 ‘반사이익’ 가능성
이번 개정안은 혜택 조기 종료만을 담고 있지 않다. 동시에 중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한 조항도 포함되어 있어, 한국 배터리 업체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정안은 기존 ‘해외우려기관(FEOC)’ 개념을 확장해, 중국 정부의 지배 수준에 따라 ‘지정외국단체(SFE)’와 ‘외국영향단체(FIE)’로 구분했다.
SFE에 대해서는 법안 시행 이듬해부터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고, FIE는 2년 유예 후 동일 조치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더해 FEOC와 직접적인 기술·자금 거래가 있는 경우에도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명시했다.
이 조항은 과거 포드와 테슬라가 중국 CATL과 추진해온 라이선스 기반 사업 모델을 사실상 차단하는 결과를 낳는다.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의 미국 진출이 더욱 어려워졌으며, 이는 상대적으로 미국에 생산 기반을 구축한 한국 배터리 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득실 혼재’ 속 지속되는 투자와 생존 전략
이러한 법안 초안은 아직 통과되지 않은 상태이며 상원 논의와 정치적 협상이 남아 있다. 그러나 개정안이 지금 형태로 통과된다 하더라도, 업계는 ‘득실’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있다.

한편 국내 배터리 3사는 이미 미국 내에 여러 합작 및 단독 공장을 가동하거나 건설 중이며 이들 대부분이 공화당 지지 지역에 위치한다.
수천 명에 달하는 고용 창출과 지역 경제 기여를 근거로 현지 정치권의 우호적 입장을 기대할 여지도 있다.

결국, 법안의 방향성에 따라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글로벌 전략도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 움직임이 보여준 것은 분명하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 싸움이 다시금 격화되고 있으며 한국 배터리 업계는 그 한복판에 서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