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간으로 바꾸고, 수명도 잡았다
전기 트럭용 배터리 판도 뒤집을 기술
미국 내 생산 체계, 현지화도 속도

값은 싸고, 자원은 풍부한데, 그동안 누구도 전기차 배터리로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재료가 있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물질을 실용화하려 했지만, 수명 문제 앞에서 번번이 막혀 왔다.
그런데 최근 미국 자동차 제조사 GM이 “우리는 이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그 중심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있었다.
GM은 14일,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개발한 ‘리튬망간리치(LMR)’ 배터리를 2028년부터 대형 SUV와 전기 트럭에 탑재하겠다고 발표했다.

LMR 배터리는 망간 비율을 대폭 높인 차세대 배터리로, 기존 삼원계 배터리보다 니켈과 코발트 함량은 줄이고, 그 대신 값싼 망간을 활용한다.
망간은 전 세계에 풍부하게 매장돼 있고, 공급 안정성이 높아 소재 확보 경쟁에서도 유리하다.
‘저렴하지만 오래 가는’ 배터리를 만들다

이전까지는 망간을 많이 넣을 경우 배터리 수명이 줄어드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기술 자체는 오래전부터 연구됐지만, 실제 전기차에 쓸 수준으로 개발되지는 못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은 독자 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양사는 기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는 33% 높이고, 비용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에너지 밀도가 높다는 것은 같은 무게로 더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다는 의미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지 생산 체계를 강화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8일에는 미국 미시간주에 위치한 얼티엄셀즈 3공장을 약 3조 1354억 원에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기존에는 GM과의 합작 공장이었지만, 이번 인수로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내 세 번째 단독 공장으로 전환됐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이번 인수에 대해 “단순한 공장 매입이 아니라, 미국 내 생산시설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공급 대응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밝혔다.
GM이 기술을 선택했고, LG가 체계를 갖췄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 미시간 홀랜드 공장, 랜싱 공장, 애리조나 원통형 배터리 공장 등 세 곳의 단독 생산 거점을 운영하게 됐다.
여기에 GM, 현대차, 혼다, 스텔란티스 등과 함께한 합작 공장 다섯 곳까지 포함하면, 총 여덟 곳의 생산 기지를 갖춘 셈이다.

이번 LMR 배터리는 새로운 소재와 기술을 실용화하는 데 성공했고, 생산 인프라까지 동시에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술, 가격, 안정성, 생산 체계까지 모든 조건을 갖춘 LG에너지솔루션이 선택받은 배경은 더 이상 복잡하지 않다. 시장은 이 선택이 바꿔놓을 2028년 이후의 전기차 배터리 지도를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