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연기된 제네시스 GV90
글로벌 전기차 둔화, 전략 수정
출시 임박이라던 제네시스의 전기 플래그십 SUV GV90. 소비자들의 기대가 높아질 즈음, 또 한 번 출시 일정이 미뤄졌다. 이번이 두 번째다.
기술력은 이미 정점에 도달했지만, 그 기술을 직접 확인할 기회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정해지지 않는 데뷔일… 계속되는 연기
제네시스 GV90의 양산 일정이 또다시 연기됐다. 처음에는 2025년 말로 예정됐지만 이후 2026년 3월로 한 차례 미뤄졌고, 최근 들어 6월로 또 한 번 조정됐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대해 단순 개발 문제 때문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룹 측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흐름과 정책 변화에 따른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충전 인프라 부족, 보조금 축소 등으로 수요가 주춤한 현상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보이지 않는 실체… 정보는 부족
GV90은 제네시스 최초의 전기 플래그십 SUV로, 메르세데스-벤츠 EQS SUV, BMW iX7 등과 경쟁할 차량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이 차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는 아직 주어지지 않았다.
디자인 이미지도, 구체적인 성능 제원도 공식적으로 공개된 것이 없다.
현재 독일에서 테스트 중인 프로토타입 차량은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전동화 플랫폼인 ‘eM’을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디자인은 네오룬 콘셉트카에서 계승된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고성능 사양으로는 113kWh 배터리, 600km(WLTP 기준) 주행 거리, 800V 급속충전, 600마력급 듀얼 모터 사륜 시스템 등이 적용될 예정이다.
실내에는 25인치 OLED 디스플레이, 삼성 엑시노스 기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리어 코치도어 등 최고급 사양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은 갖췄지만, 타이밍은 놓친다?
GV90은 제네시스가 전기차 프리미엄 시장에서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한 전략적 모델이다.
그러나 잇따른 일정 변경은 오히려 브랜드 신뢰를 흔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더라도, 시장에 늦게 진입하면 존재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경쟁 브랜드들이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GV90이 뒤늦게 등장할 경우 상대적으로 ‘신선도’와 ‘파급력’에서 밀릴 수 있다.
결국 소비자들의 관심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더 이상 미루지 않는 명확한 출시 일정과 함께, 차별화된 상품성 공개가 필요하다.
기술이 아무리 완성돼도, 무대에 오르지 못하면 박수 받을 기회조차 사라진다. 지금 제네시스가 직면한 고민은 단순한 출시 연기가 아니다. 소비자의 신뢰를 얼마나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