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무인전동차, 현대로템 대만 수출 성사
모로코·우즈벡 등 글로벌 수주 릴레이
반세기 기술력에 외교 지원까지 더해져

대만 타이중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새 철도에, 한국 기업의 기술력이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다.
현대로템이 대만 타이중시 도시철도공정국과 약 4200억 원 규모의 블루라인 무인 전동차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다시 한 번 글로벌 철도 시장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번 계약의 핵심은 기술력이다. AI 기반 충돌 방지 시스템과 라이다, 고성능 카메라를 갖춘 이 전동차는 운전자 없이도 위험을 스스로 인지하고 안정적으로 주행한다.
기술력에 신뢰까지, 글로벌 철도 시장 휩쓰는 현대로템
이 무인 전동차는 3량 1편성으로 최대 530명의 승객을 태우고 시속 80km로 도심을 가로지른다. 차량은 알루미늄으로 제작돼 가볍고 튼튼하며, 에너지 효율도 높다. 무엇보다 이 계약은 처음이 아니다.

현대로템은 이미 타오위안 그린라인, 타이베이 메트로, 가오슝 레드라인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 대만 정부와 신뢰를 쌓아왔고, 이번 수주는 그 성과의 결정판이다.
주목할 점은 이 계약이 단발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만 현대로템은 전 세계에서 철도 수주 계약을 쓸어 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모로코 철도청과 440량 규모의 2층 전동차 공급 계약을 체결해 약 2조20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를 따냈고, 이는 창사 이래 철도 부문 단일 최대 규모다.
우즈베키스탄에도 한국형 고속철도(KTX-이음 기반)를 수출하며 시속 250km급 고속차량 수출의 물꼬를 텄다.

북미에서는 캐나다 에드먼턴 트램, 미국 LA 메트로 사업을, 호주에선 기존 차량 개조 사업까지 잇따라 수주하며 전방위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팀 코리아’와 함께 달리는 글로벌 철도 리더
이러한 성과는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다. 현대로템의 철도 사업 역사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7년 현대차량 주식회사로 출범해 국내 최초 디젤기관차를 제작했고, 1990년대에는 인도네시아로 첫 전동차 수출을 하며 해외 시장에 진입했다.
1998년 KTX 국산화를 이끌며 국내 고속철도 기술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이후 전 세계 39개국에 철도차량과 시스템을 공급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기술 고도화에 집중해 AI 기반 충돌방지 기술, 무인운전 시스템, 다양한 궤도 조건에 맞춘 맞춤형 차량 제작 능력을 확보한 점이 경쟁력을 높였다.
정부의 지원도 한몫했다. 모로코 수주에는 국토부와 국가철도공단이 함께 움직였고, 우즈베키스탄 고속철 수주 당시에는 대통령까지 나서는 외교적 지원이 있었다.
차량 납품을 넘어 유지보수와 운영까지 포괄하는 ‘O&M(운영·관리)’ 사업 확장 전략도 장기적 수익 기반을 마련했다.
현대로템은 더 이상 ‘국내 철도차량 제작사’에 머물지 않는다. 독보적인 기술력과 글로벌 네트워크, 정부와의 협력 전략을 바탕으로 전 세계 철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