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스포츠카 공백 현실화
전기차 전환에 차질, 배터리 공급난
포르쉐 전동화 전략 수정 불가피
2024년 말 스웨덴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의 파산이 전해진 다음, 포르쉐의 전기 스포츠카 출시 계획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당초 내연기관 718 박스터·카이맨의 단종 이후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전기 모델 출시는 2027년으로 연기되면서, 포르쉐 중형 스포츠카 라인업에 최소 1년 이상의 공백이 생기게 됐다.
배터리 확보 실패는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이며 이는 포르쉐의 전체 전동화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718 단종과 함께 닥친 공백
포르쉐는 2024년 중반부터 유럽 시장에서 718 시리즈의 판매를 중단했다. 이는 새로운 사이버 보안 규제를 충족하지 못한 데 따른 조치였다.
북미 등 일부 지역에서는 2025년 말까지 판매가 유지되지만, 그 이후에는 내연기관 모델이 완전히 단종된다.
문제는 전기차 대체 모델이 이 시점에 맞춰 나오지 못한다는 점이다. 당초 2026년 출시 예정이었던 전기 718 박스터와 카이맨은 2027년으로 출시가 미뤄졌으며 이로 인해 라인업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이러한 연기의 배경에는 고성능 배터리 셀 확보의 난항이 있다. 특히 2024년 말 파산한 스웨덴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의 여파가 결정적이었다.
폭스바겐그룹 CEO 올리버 블루메는 독일 아우토모빌보헤와의 인터뷰에서 “전기 718 개발의 가장 큰 장애물은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 확보”라고 말했다.
배터리 공급망 붕괴
포르쉐는 고성능 배터리 자립을 위해 지난 2021년 ‘셀포스 그룹(Cellforce Group)’을 설립하고 독일 튀빙겐 인근에 공장을 세웠다.
그러나 아시아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 외부 투자 유치 실패 등으로 공장 가동은 불투명한 상태다. 현지 매체는 “이 배터리 셀은 결국 주펜하우젠의 스포츠카에 쓰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르쉐는 지난 2025년 3월, 독일 배터리 기업 바르타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부 지분을 인수하며 공급망 다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단기적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포르쉐의 전기차 전환 계획은 배터리 확보 실패와 개발 지연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K1까지 영향받은 포르쉐 전동화 전략
문제는 스포츠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포르쉐가 수년간 개발해온 대형 3열 전기 SUV ‘K1’도 배터리 이슈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 모델은 원래 2027년 출시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연기돼 2030년 전후로 밀릴 가능성이 제기됐다.
자동차 전문 분석가 파비오 횔셔는 포르쉐의 전동화 전략에 대해 “시장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포트폴리오 전략이 현재의 연쇄적 차질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시장에서의 수요 부진, 미국 수출의 불확실성, 배터리 전기차(BEV) 보급 속도 지연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포르쉐는 애초 2025년까지 BEV와 PHEV 비중을 50%, 2030년까지 BEV 비중을 8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이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
동시에 내연기관 모델 개발도 병행하고 있으며 전기 718과 K1도 내연기관 호환 설계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포르쉐의 전기차 전략은 명확한 전환점에 와 있다. 계획된 일정은 미뤄지고, 기대됐던 모델들은 불확실성에 빠졌다. 명차의 전기화 여정은 당초의 청사진보다 훨씬 더 험난한 길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