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낮추기만으론 부족하다
고객을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일본 유통사의 성공 전략 눈길 끌어

“싸게 파는 것만으론 이제 안 된다.”
불황 속에서도 성장한 일본 유통기업들의 전략을 접한 이들은 이렇게 말했다.
고령화와 소비 둔화, 온라인 쇼핑의 확산 속에 일본 유통기업들은 차별화된 매장 운영과 고객 맞춤형 서비스로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기 가격 경쟁에 몰두해 온 한국 유통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5일 ‘불황을 이겨낸 일본 혁신 유통기업의 대응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하고, 한국 유통업계가 참고할 수 있는 주요 사례를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유통 혁신의 핵심은 고객 맞춤형 매장 운영, 제품 설명 강화, 자체 제조 강화, 업태 재구성의 네 가지였다.
고객이 원하는 건 ‘설명’과 ‘선택’
DIY 전문점 ‘한즈만’은 고객 제일주의를 내세우며, 한 매장에 20만 개가 넘는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선택을 돕는 편의보다 선택의 폭을 넓히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었다. 그 결과, 최근 1년간 매출과 방문객 수 모두 100% 이상 증가했다.

할인 슈퍼마켓 ‘오케이’는 ‘정직 카드’라는 독특한 방식을 도입해 가격 인상의 이유와 제품 품질 상태를 고객에게 상세히 안내하고 있다. 단순히 저렴하게 파는 대신,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제시한 것이다.
그 결과, 오케이는 13년 연속 고객 만족도 1위를 기록하며 영업이익률 5.9%를 달성했다. 이는 일본 슈퍼마켓 평균 수치를 훌쩍 웃도는 성과다.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는 ‘정보제조 소매업’이라는 모토 아래, 기획부터 생산, 매장 운영, 소비자 피드백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했다.
옷이 팔리는 순간 생산이 시작되는 구조를 통해 소비자 반응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이 밖에도 이온리테일은 어린이 전문 공간과 체험형 매장, 즉석조리식 강화 등을 통해 대형 마트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편하고 있다.
프리미엄 식료품 유통업체 키타노 에이스는 500종의 카레와 100종의 드레싱을 한 매장에 진열하며 ‘식문화 탐험형 매장’으로 변모했다.
“한국도 유통업계의 체질을 바꿀 때다”
보고서를 낸 대한상의 장근무 유통물류진흥원장은 “한국 역시 고령화와 소비 침체의 흐름에 직면하고 있다”며 “단기 할인 경쟁에서 벗어나 고유의 경쟁력을 구축하고,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주는 방향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강대 박경도 교수 역시 “한국 유통은 팔리는 것에만 집중하다 고객이 진정 원하는 바를 놓치고 있다”며 “이건 내 물건이라는 감정을 주는 경험이 충성도를 만든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