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급식소 단백질 메뉴 줄까
국내 닭고기 20%가 수입 중단 위기
재고는 2달치…여름 성수기엔 ‘불안’

“브라질에서 조류인플루엔자? 우리 치킨이 위험해졌다는 거네.”
닭고기 세계 최대 수출국 브라질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확산을 막기 위해 60일간 닭고기 수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국내 닭고기 수입량의 86%가 브라질산인 만큼, 업계는 사실상 ‘닭고기 비상사태’에 들어갔다.
순살 치킨에 브라질산을 쓰는 프랜차이즈 업체들과 급식업계는 물론, 여름 성수기를 앞둔 시장 전체에 불안이 번지고 있다.
60일 수출 중단, 국내 소비량 20% ‘공백’

지난해 한국에 수입된 브라질산 닭고기는 15만 8000톤으로 전체 수입량의 86%에 달한다. 이는 국내 전체 닭고기 소비량 80만여 톤 중 19.7%를 차지한다.
즉, 소비되는 닭고기 5마리 중 1마리에 해당하는 양이 당장 사라지게 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9일 국내 닭고기 수급 안정화를 위한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 재고만으로는 2개월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화하면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장 재고가 바닥나는 순간,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이미 순살 메뉴를 중심으로 브라질산 닭고기를 대량 사용해 온 프랜차이즈 업체들에는 직접적인 타격이 시작됐다.
특히 지코바는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브라질산 순살 닭고기에서 나오는 구조다. 지코바 관계자는 “주말 사이 수입 중단 소식을 접하고 현황 파악에 들어갔다. 조속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급식업계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는 브라질산 사용 비중이 상당히 높다고 밝히며, 단체급식 식단을 두부나 달걀 등으로 일부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급식업체 관계자는 “학교나 기업 급식에서 닭고기 메뉴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여름 앞두고 수급난 장기화 우려

이번 수입 중단 사태는 시점 또한 악재다. 치킨 소비가 급증하는 여름철 성수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미 지난해 겨울부터 국내 양계 산업은 조류인플루엔자 확산과 이상기후, 산불 등으로 수급난을 겪었다. 여기에 이번 브라질산 중단까지 겹치면서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굽네치킨과 교촌치킨 등 일부 가맹점주들은 최근까지도 본사에 닭고기 공급 부족에 대한 항의성 목소리를 내왔다.
실제로 지난 2월부터 3월 사이 굽네는 순살 공급을 제한했고, 교촌은 주문량보다 훨씬 적은 양만 납품된 사례가 반복되며 영업에 큰 차질이 있었다.

가격 불안정과 공급 차질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보다 근본적인 공급 구조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