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가격도 올리고, 실적도 줄고’
커피·코코아값 오르자 직격탄
수출 기업만 환율효과 누렸다

올해 1분기 실적을 받아 든 국내 식품기업들의 표정이 갈렸다. 수익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벌어들인 기업들만 유례없는 한파 속에서도 최대 실적을 올렸고, 내수 중심 기업들은 비용 상승과 소비 위축이라는 이중고에 휘청였다.
국내 식품업계가 줄줄이 부진에 빠진 가운데, 유독 한 기업만 실적이 수직 상승했다. 불닭볶음면으로 유명한 삼양식품이 그 주인공이다. 원재료 가격 급등과 환율 쇼크, 소비심리 위축까지 삼중고에 허덕인 식품업계에서 삼양식품은 오히려 영업이익이 67%나 뛰었다.
고정비 넘는 재료값, 환율도 상승… “답이 없다”
CJ제일제당은 올해 1분기 식품 부문 영업이익이 30% 넘게 줄었다. 빙그레는 36%, 롯데칠성음료는 32%가 감소했고, 오뚜기도 21% 하락했다.

농심의 영업이익도 18% 줄었으며, 당기순이익 기준으로는 더 큰 폭의 감소가 이어졌다.
식품업계는 이유를 분명히 알고 있다. 커피 원두, 코코아, 돼지고기 등 핵심 원재료값이 전년보다 올랐고, 여기에 최근 몇 달 새 급등한 원·달러 환율이 겹치며 원가 부담은 더 커졌다.
주요 업체에 따르면 환율이 10%만 올라도 수익이 최대 100억 원 가까이 날아갈 수 있다. 제조원가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60~70%에 달하는 식품업 특성상, 단가 변동이 실적에 직격탄으로 작용한 셈이다.

문제는 단지 비용 문제만이 아니었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제품을 팔기도 쉽지 않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판매는 모두 줄었다.
이렇다 보니 “가격을 올려도 소비가 따라주지 않는다”는 한계에 봉착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가격 민감도가 높아졌고, 시장에서는 초저가 전략으로 대응하는 유통 채널만 살아남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수출’이 실적 갈랐다… 구조가 답이었다

반전은 해외에서 일어났다. 삼양식품은 해외 매출이 80%에 이르는데, 불닭볶음면 등 주력 제품의 수출이 급증하면서 1분기 영업이익이 67% 증가했다. 오리온도 해외 매출이 68%에 달하면서 영업이익이 5% 상승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환율 상승으로 원화 수익이 늘었고, 다양한 해외 판매망을 갖춘 덕분에 내수 침체를 정면 돌파했다는 것이다. 같은 위기 속에서도 구조적 체질이 성패를 가른 셈이다.
국내 소비 회복은 여전히 더딜 전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식품업체들의 2분기 사업경기 전망지수는 96.1로, 1분기보다 더 낮아졌다.

다만 대선 이후 내수 진작 정책, 성수기 진입, 일부 품목의 가격 인상 효과 등이 하반기부터 실적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업계는 “단기적인 변수가 아닌 구조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환율에 기댄 수출 호조만으로는 한계를 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