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전기 세단 ‘SUV7’
29개 모델 중 품질 ‘꼴찌’
고성능 이면의 불편한 진실

2025년 1분기, 중국 정부 품질 평가에서 한 전기차가 전체 29개 대형 전기 세단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출시 두 달여 만에 10만 대 이상 팔린 인기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결함 신고와 소비자 불만이 잇따랐다. 문제의 차는 중국 IT 기업 샤오미가 처음으로 선보인 전기 세단 ‘SU7’이다.
그랜저 가격에 타이칸 성능? SU7의 정체
샤오미 SU7은 2025년 3월 출시 직후부터 자동차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라는 슬로건과 함께, 울트라 모델 기준 1526마력의 최고 출력과 제로백 1.98초라는 슈퍼카급 성능을 내세운 것이다.
이 고성능 차량의 가격은 2만 9820달러(한화 약 4170만 원)부터 시작한다.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슈퍼카 감성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기본형 SU7은 295마력에 최대 주행거리 700km를 지원하고 SU7 맥스는 664마력, 800km 주행 성능을 갖췄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실제 주행 경험과 품질은 고성능 수치만큼 인상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품질 평가 ‘꼴찌’… 구조적 결함 가능성까지
2025년 5월 13일, 중국 국영 품질 평가 기관인 ‘차이나 자동차 품질망(China Automobile Quality Network)’은 1분기 대형 전기 세단 품질 순위를 발표했다.
샤오미 SU7은 총 239점의 벌점을 기록하며 29개 차종 중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이 평가는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산하의 플랫폼에서 소비자들이 제기한 결함, 위험성, 불만 신고를 바탕으로 점수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SU7의 벌점은 대형 BEV 세단 평균보다 무려 56점 높았으며 이는 단순한 일회성 결함이 아닌 구조적 문제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수준이었다. 반면 GAC 하이텍 GT, 보야 패션, 아바타 12 등 경쟁 모델들은 150점 초반대에 머물렀다.
SU7은 3~4월 두 달간 10만 대 이상 판매되는 인기를 누렸으나, 그에 비례해 소비자 불만이 급증한 것도 순위 하락의 한 요인이다.
특히 3월 29일 발생한 치명적인 교통사고 이후 안전성 논란이 격화되면서 브랜드 신뢰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고성능이냐, 안전성이냐…
샤오미는 SU7을 출시하며 포르쉐 타이칸과의 직접 비교도 꺼리지 않았다.
SU7 울트라 모델은 출력과 제로백 수치에서 타이칸 터보 S를 능가하거나 비슷한 수준을 보이며 많은 전기차 마니아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퍼포먼스 수치 이면의 ‘신뢰성’에서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타이칸은 유럽의 안전 테스트인 유로 NCAP에서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받았고 오랜 기간의 글로벌 판매와 후속 모델들을 통해 품질이 검증된 차량이다.
반면 SU7은 중국 C-NCAP에서만 테스트가 진행됐고 아직 유럽이나 한국 시장에서는 신뢰성을 입증받지 못했다.
장식용 보닛? 소비자 기만 논란
SU7을 둘러싼 논란은 품질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4월, 약 5200유로(약 810만 원)에 달하는 고급 옵션으로 제공된 ‘카본 보닛’의 공기흡입구가 실제로는 냉각 기능이 없는 단순 장식용 구조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로 인해 수많은 소비자들이 “고성능 차량으로서 기능을 기대하고 고가 옵션을 선택했는데, 기만적 마케팅에 속았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샤오미는 해당 사실에 대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기존 고객에게 마일리지 포인트로 보상하거나 출고 전 고객에게는 알루미늄 보닛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보상 수준이 옵션 가격의 약 5%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여전히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는 차량 환불을 요구하거나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다.
브랜드 신뢰, 전기차의 진짜 ‘스펙’
샤오미 SU7은 가격 대비 스펙만 보면 분명 매력적인 전기차다. 하지만 자동차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완성도’와 ‘신뢰성’이다.
고성능 수치는 일시적인 관심을 끌 수 있지만,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관리, 사후 서비스, 중고차 감가율 관리 등 브랜드가 책임져야 할 영역은 훨씬 넓다.

전통 완성차 브랜드가 수십 년에 걸쳐 구축한 서비스 인프라와 품질 관리 체계는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없는 경쟁력이다.
샤오미는 IT 강점을 바탕으로 OTA 기술력과 실내 인터페이스 등에서 장점을 보였지만, 완성차로서의 본질인 ‘신뢰’와 ‘지속 가능성’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