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예금자들 숨통 트인다
보호한도 1억 원으로 두 배 상향
금융권 경쟁 심화 불가피

“이제야 내 돈 좀 안심하고 맡길 수 있겠네요.” 불안한 금융시장 속에서 예금자들이 기다려온 변화가 마침내 현실화된다.
정부가 24년 만에 예금보호제도의 핵심을 개편하며 예금자 보호에 나섰다. 이번 조치는 은행을 포함한 모든 금융권에 적용되어 금융시장 전반의 안전망을 강화할 전망이다.
24년 만의 큰 변화, 예금자 보호 강화
금융위원회는 15일 ‘예금보호한도 상향을 위한 6개 법령의 일부 개정에 관한 대통령령안’ 입법예고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 개정안은 입법예고 기간과 관련 절차를 거쳐 9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은 2001년 예금보호한도가 2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올라간 이후 약 24년 만의 변화다.
이로써 예금보험공사가 보호하는 은행·저축은행 등 금융사뿐만 아니라, 각 중앙회가 보호하는 상호금융권(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의 보호한도도 모두 1억 원으로 통일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예금자가 더 두텁게 재산을 보호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현행 보호한도 내에서 여러 금융사에 예금을 분산해 온 예금자들의 불편도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보호예금 비중은 49%에서 58%로, 보호예금 계좌 비중은 97.9%에서 99.2%로 높아져 거의 모든 예금자가 혜택을 받게 된다.

퇴직연금과 사고보험금도 보호 강화
예금 보호 강화는 일반 예금에 그치지 않는다. 동일 금융사나 상호조합·금고 내에서 일반예금과 별도로 보호한도를 적용 중인 퇴직연금, 연금저축, 사고보험금의 보호한도도 함께 1억 원으로 상향된다.
금융위는 이들 항목의 노후소득보장·사회보장적 성격과 최근 증가하는 운용 규모를 고려해 보호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로 한국의 예금자 보호 수준은 해외 주요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서며, 금융시장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 함께 높아질 것으로 금융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특히 금융사 파산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예금자들이 최대 1억원까지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어 금융 안정망이 한층 견고해진다.
‘머니무브’ 관리와 금융 안정성 확보 대책
보호한도 상향의 긍정적 효과 이면에는 새로운 과제도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로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권으로 자금이 대거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위는 한국은행, 금감원, 예금보험공사와 함께 ‘상시점검 T/F’를 가동하여 자금 이동 상황과 시장 영향을 면밀히 관찰할 계획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S&P도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주의점을 지적했다.
S&P는 “한국 은행 시스템의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하는 한편,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이 본격적인 자산 성장에 나설 경우 예금 수신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으로 유입된 예금이 무분별한 대출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2금융권 건전성 관리 방안’을 마련 중이다.
또한 예금보호한도 상향에 따른 리스크 증가를 고려해 적정 예금보험료율 검토도 진행하지만, 금융권의 기존 부담을 고려해 2028년 납입분부터 새로운 보험료율을 적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