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이름도 다시 시작된다
폭스바겐 ‘ID.’ 접두어 2026년 폐지
전통 모델명으로 브랜드 정체성 강화

폭스바겐이 2026년부터 전기차 모델명에 사용해 온 ‘ID.’ 접두어를 전면 폐지하고 기존 내연기관차와 동일한 전통적인 차명으로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 같은 변화는 독일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모델의 정체성과 브랜드 연결성에 대한 혼란이 이어지자 단행된 것으로, 폭스바겐은 시장 성숙기에 맞춰 브랜드 리뉴얼에 나섰다.
ID. 접두어, 2026년부터 역사 속으로
폭스바겐은 2019년 ‘ID.3’를 시작으로 ‘ID.4’, ‘ID.5’, ‘ID.6’(중국 전용), ‘ID.7’, ‘ID. Buzz’ 등을 사용해 전기차 라인업을 확장해 왔다.

그러나 이들 모델명은 직관성과 브랜드 연계성 부족으로 비판받아 왔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은 ‘ID.’ 접두어를 없애고 기존 ‘골프’, ‘티록’, ‘폴로’ 같은 익숙한 차명을 전기차에 적용하기로 했다.
폭스바겐 브랜드 이사회 멤버 마틴 샌더(Martin Sander)는 독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ID.2all’, ‘ID. Every1’과 같은 이름은 콘셉트 단계에만 사용할 것”이라며 “양산차는 전통적인 모델명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6년 출시 예정인 ‘ID.2all’의 양산 모델은 ‘폴로 EV’가 될 가능성이 제기됐으며 후속 모델인 ‘ID.1’은 과거 모델명 ‘루포(Lupo)’, ‘업!(Up!)’, ‘폭스(Fox)’ 등을 활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같은 결정은 전기차에도 각 모델이 지닌 역사와 상징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폭스바겐은 향후 출시 예정인 전기차 ‘골프’와 ‘티록’도 각각 기존 모델명을 그대로 사용할 계획이다. 다만 내연기관 모델과의 공존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양자의 구분이 과제로 남게 됐다.
폭스바겐 기술 개발 이사회 멤버 카이 그뤼니츠(Kai Grünitz)는 올해 초, 2026년부터 ID 모델들의 대대적인 페이스리프트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이는 새로운 이름을 도입하기에 적절한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혼란의 전기차 네이밍, 독일 전역으로 확산
폭스바겐의 이 같은 결정은 독일 자동차 업계 전반에서 불고 있는 ‘정체성 위기’ 속에 나온 것이다.

벤츠는 전기차 브랜드 ‘EQ’를 폐지 수순에 돌입했으며 향후 ‘EQS’, ‘EQE’는 각각 ‘S클래스’, ‘E클래스’ 등 기존 이름으로 전기차에 통합될 예정이다.
BMW 또한 ‘iX3’처럼 ‘i’ 시리즈와 기존 명칭이 혼용되면서 소비자 혼선을 야기했다는 지적에 따라, 전동화가 일반화되면 기존 명칭 중심 전략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전기차 전용 네이밍을 도입했던 브랜드 중심으로 더욱 활발히 나타나고 있다.
GM은 ‘블레이저(Blazer)’, ‘이퀴녹스(Equinox)’, ‘실버라도(Silverado)’ 등 기존 모델명을 전기차에 그대로 활용하고 있으며 포드는 ‘머스탱 마하-E(Mustang Mach-E)’로 대표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전기차 정체성을 ‘아이오닉’으로 고정하고 있다. 기아는 ‘EV 시리즈’를 사용하고 있어 향후 폭스바겐과 유사한 전략을 도입할지 주목된다.
‘ID.2all’ 시작 가격, 2만 5천 유로 전망
한편 마틴 샌더는 2026년 출시될 ‘ID.2all’이 유럽에서 2만 5천 유로(한화 약 3910만 원)로 시작될 예정이라며 “완전히 새로운 가격대에 진입하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7년 출시 예정인 ‘ID. Every1’은 배터리 가격 하락과 생산비 절감을 통해 2만 유로(약 3130만 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판매 목표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샌더는 “ID.3에 대한 주문 대기량이 많으며 유럽에서는 이미 ID.7 판매량이 파사트를 넘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ID. Buzz’는 “브랜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폭스바겐은 단기 시장 점유율 확보보다는 장기적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2026년부터 중국 시장에 특화된 전기차 모델 30종을 선보이며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