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보다 먼저 찾는 건 음식”
한식 콘텐츠, 관광 목적 1위로
미쉐린부터 틱톡까지 K-미식 열풍

“그 나라 음식 맛을 보면 그 문화를 안다고 하잖아요.”
예전엔 명동에서 화장품을 사거나 남대문에서 옷을 사는 게 외국인 관광객의 주된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다르다. 이제 한국을 방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먹기 위해서’다.
그것도 김밥, 삼겹살, 비빔밥 같은 진짜 한식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
‘콘텐츠’ 속 한국 음식, 현실로 이어지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김밥이 등장한 이후, 미국 코스트코에서는 김밥 완제품이 품절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틱톡에서는 삼겹살을 굽는 영상이 50억 회 넘게 재생되며, 전 세계인들이 한식을 화면 속 맛있는 음식이 아닌, 직접 찾아 나서야 할 진짜 음식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흐름은 실제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24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이 한국에 오는 가장 큰 이유는 ‘음식·미식 탐방’이었다.
응답자의 63.9%가 ‘먹기 위해’ 한국에 온다고 답했으며, 이는 전통적으로 1위였던 ‘쇼핑’을 제친 결과다.

한식이 ‘고급 미식’으로 인정받은 것도 이 같은 흐름에 힘을 보탰다. 서울은 2017년부터 미쉐린 가이드에 포함됐고, 현재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만 37곳에 달한다. 부산도 미쉐린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신흥 미식 도시’로 부상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실제로 돈을 어디에 쓰는지도 눈여겨볼 만하다. 신세계면세점에 따르면 지난 황금연휴 동안 외국인 고객들은 고추장, 스팸, 허니버터아몬드 같은 한국 음식들을 가장 많이 구매했다.
특히 일본인은 약과, 김, 호두과자 같은 전통 간식을 즐겨 샀고, 동남아 관광객은 다양한 한국 식품을 골고루 사 갔다.
중동에선 소스 수출…한식이 뿌리내린다

최근엔 중동에서도 고추장, 불닭 소스 같은 한국 양념의 인기가 높다. 올해 4월까지 중동지역에 수출된 한국 소스는 약 77만 달러어치로, 전년보다 44%가량 증가했다.
이 말은 한국 음식을 먹기 위해 레스토랑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요리해서 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고급 한식 레스토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런 ‘한식 파인다이닝’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한국 문화 전체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작용한다.
이제 한국 관광은 ‘무엇을 보러’보다는 ‘무엇을 먹으러’가 중심이 되고 있다.

골목 불판 위의 삼겹살부터 고급 레스토랑의 정찬까지, 전 세계의 입맛을 사로잡은 한식은 명실상부한 ‘관광 1번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