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에너지 회의 초청
대선일과 겹친 난감한 타이밍
미국 통상압박 속 한국의 선택은

거대한 천연가스 프로젝트를 향한 미국의 끈질긴 구애가 계속되고 있다.
알래스카 주정부가 내달 3~5일 개최되는 ‘제4회 알래스카 지속가능 에너지 회의’에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초청한 사실이 15일 확인됐다.
이번 초청은 한미 통상협상에서 자주 거론되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한국의 참여를 이끌어내려는 미국 측의 또 다른 시도로 풀이된다.
대선과 겹친 회의 일정, 산업부 ‘난감’

이번 알래스카 에너지 회의에서는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최신 에너지 기술, 그리고 알래스카의 석유와 LNG 광물자원 개발 등 주요 에너지 현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특히 한미 양국 통상 협의 과정에서 여러 차례 언급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상세 내용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 정부는 참석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한국 시간으로 내달 4일인 대통령 선거일과 현지 회의 일정이 겹쳐 난감한 입장에 처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차기 대선 등 여러 가지 특수한 상황이 있어서 참석 여부와 관련한 결론을 아직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업성 논란 속 미국의 전략적 접근
참석을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시기적 문제만이 아니다. 초청의 핵심 의제인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미국 알래스카 북부 지역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약 1,300km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남부 해안으로 운송한 뒤 액화하여 매년 2,000만 톤씩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수출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표면적으로는 알래스카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임금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이지만,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북극해역에서의 미국 국익 증진이라는 전략적 목표도 내포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지난 4월 ‘해양지배력 복원을 위한 행정명령’을 통해 북극해에서의 미국 존재감 강화를 천명하며 이 지역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프로젝트의 사업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부 홈페이지에서도 “고비용으로 에너지기업들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인정할 정도로 경제성에 의문부호가 붙어있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한 영구동토층의 변화가 가져올 기술적 문제와 2032년 예상되는 시장 출하 시점의 LNG 가격 불확실성은 프로젝트의 추가적인 부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의 선택, ‘양자택일’의 압박

이러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변국들의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
지난 3월 대만이 이 프로젝트에 연간 600만 톤 LNG 구매 의향서를 제출했고, 일본도 미일 관세협상에서 알래스카 LNG에 대한 입장을 적극적으로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한화그룹이 지난 4월 알래스카에 대한 투자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며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를 통한 미국 상호관세 협의’와 ‘미국 수출시장 상실을 감수한 불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상호관세를 낮추지 못할 경우,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한국 주력 수출산업의 가격경쟁력이 급격히 악화되어 연간 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선 정국이 맞물린 상황에서 미국의 거듭된 러브콜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한미 관계의 새로운 국면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