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에 짓눌린 법조인 꿈
등록금은 일반 대학원의 1.5배
입학부터 졸업까지 ‘돈의 전쟁’

“책상에 앉을 때마다 머릿속엔 판례가 아닌 대출 상환 걱정뿐이에요.” 법률 전문가로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빚더미에 허덕이는 로스쿨생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 장기 연체 로스쿨생이 2017년 34명에서 올해 3월 97명으로 8년 만에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학자금 대출 연체자 급증
학자금 대출금을 6개월 이상 갚지 못하면 장기 연체자로 분류된다. 연체자는 2020년 58명에서 2022년 77명, 2023년 82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에 대한 법적 조치도 강화되어 2017년부터 올해 3월까지 민사소송·가압류·강제집행 등 총 20건의 법적 조치가 취해졌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2024년 1학기 기준 로스쿨생의 학자금 대출은 1인당 평균 1165만 원으로 일반 대학원생(638만 원)에 비해 1.82배나 많은 실정이다.
일반 대학원 1.5배 웃도는 등록금
이처럼 가중되는 대출 부담은 졸업 후 상환 능력을 초과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의 비싼 등록금에서 비롯된다.

국회 교육위원회 박성준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장학재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로스쿨 연평균 등록금은 1446만 원으로 일반 대학원(966만 원)보다 약 1.5배 높다.
한 학기 평균만 해도 723만 원에 달해 학생들의 재정적 부담이 상당하다. 이러한 높은 비용으로 인해 로스쿨에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생들이 주로 진학하는 경향이 있다.
2024년 1학기 기준 전체 25개 로스쿨 재학생(6501명) 중 68.2%(4433명)가 고소득층인 것으로 추정됐다.
고소득층은 가구 월 소득인정액이 약 1146만 원 이상인 소득 9~10분위와 장학금 미신청자를 포함한다.

학교별로는 중앙대 로스쿨이 국가장학금 신청 학생 122명 중 83명(68%)이 고소득층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서울대(67%), 서강대·이화여대(64%) 순으로 이어졌다.
반면 경희대 로스쿨은 79명 중 23명(29%)만이 고소득층으로 조사돼 가장 낮은 비율을 나타냈다.
커지는 사교육 시장과 교육 불평등
한편 높은 등록금 부담은 입학 전부터 시작된다. 로스쿨 진학을 위한 사교육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입시 준비 과정에서도 경제적 격차가 드러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메가엠디의 로스쿨 등 전문직 수험 부문 매출액은 2023년 219억 원에서 지난해 240억 원으로 10% 가까이 성장했다.
이런 추세에 맞춰 대학 입시 전문 기업인 시대인재도 올해 ‘시대인재 로스쿨’이라는 이름으로 사교육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심지어 인기 강사의 경쟁사 이동까지 발생하며 대입 사교육 시장과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박성준 의원은 “소득수준이 교육 격차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로스쿨의 문턱과 등록금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애 의원 또한 “법학전문대학원 학비가 과다해 저소득층을 비롯한 중산층에는 큰 부담이 된다”며 “누구에게나 법조인이 될 기회를 주는 입법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의를 배우는 이들에게 경제적 정의가 먼저 실현되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하는 질문이 한국 사회에 던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