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빈곤 OECD 최악 수준
주택연금으로 GDP 상승 가능
부동산 상승에 가입자 급감

“노인 빈곤 문제, 해법은 이미 우리 집 안에 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인 한국의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주택연금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부동산 시장 상승기에는 주택연금 외면 현상이 두드러져 정책 효과가 반감되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한은이 제시하는 주택연금의 경제적 효과
한국은행은 15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공동으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주택연금과 민간 역모기지 활성화를 통한 소비 확대·노인 빈곤 완화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황인도 한은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장은 “주택연금이 활성화되면 소비가 늘면서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5∼0.7% 증가하고, 노인빈곤율이 3∼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의 소유자가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계속 그 집에 살면서 매달 노후 생활자금을 받는 제도다.
한은 조사에 따르면 55~79세 주택보유자의 35.3%가 주택연금 가입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한은의 분석 결과, 가입 의향이 있는 276만 가구가 모두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실질 GDP가 0.5~0.7%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노인빈곤율이 3~5%포인트 하락해 최소 34만 명이 노인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최악 수준의 노인 빈곤과 악화되는 추세
이러한 주택연금 활성화가 필요한 배경에는 심각한 노인 빈곤 문제가 있다. 통계청과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38.2%에 달한다.
이는 전체 인구 빈곤율(14.9%)의 2.5배가 넘는 수치다. 특히 여성 노인(43.2%)은 남성 노인(31.8%)보다 훨씬 더 심각한 빈곤 상태에 놓여있다.

OECD 자료를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20년 기준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0.4%로, OECD 회원국 평균(14.2%)의 약 3배에 달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76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절반 이상(52.0%)이 빈곤층에 속해 있다는 사실이다.
그간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2013년 46.3%에서 2021년 37.6%로 꾸준히 감소했으나, 2022년부터 다시 상승하며 2023년에는 38.2%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택연금은 노인 빈곤 문제 해결의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실의 벽에 부딪힌 주택연금 정책
하지만 주택연금의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가입률은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기준 주택연금 가입률은 가입요건을 충족한 가구의 1.89%에 불과해 잠재수요와 현실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한다.
특히 최근 주택시장 상승 기대감으로 인해 주택연금 가입이 더욱 감소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주택연금 신규 가입은 762건으로, 지난해 12월(1,507건)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는 2023년 6월 이후 19개월 만의 최저치로,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질수록 주택연금 가입이 줄어드는 패턴을 명확히 보여준다.

한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택연금에 대한 높은 잠재수요가 실제 가입으로 이어지도록 제도보완과 홍보 강화, 세제 혜택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간 금융기관의 역모기지 상품도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러한 종합적인 접근을 통해 노인 빈곤 문제 해결과 경제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